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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이야기

여러 가지 경험담과 실패담, 아토피 상태, 자신만의 관리 노하우 등 아토피 관련 이야기와 정보를 공유해요.

[아토피맘 이야기 11] 보이지 않아 더 심각한 마음의 병
제목 [아토피맘 이야기 11] 보이지 않아 더 심각한 마음의 병
작성자 아토피맘 (ip:)
  • 작성일 2015-12-08 10: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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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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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인 고통은 겉으로 보이기나 하지만 아토피안과 가족들을 보이지 않게 괴롭히는 건 정신적 고통이다.

 

피부병이 아니라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대부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슬금슬금 피하고 멀리서 손가락질 해가며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하는 시선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위축되게 하며 항상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게 한다.

 

아토피가 좀 나았다고 생각될 때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 갔다 온천에 갔더니 우리 주변 몇 미터 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쳐진 듯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피해 버렸다.

마트에 데리고 가면 "어머, 쟤 피부 좀 봐." 하며 깜짝 놀라 손가락질 하며 수근대는 사람들, 자기 아이가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오면 손을 잡아채 우리 아이를 전염병 환자 취급하며 도망가듯 데리고 가는 엄마들...

대중들 안에서 아이들과 나는 불가촉천민이거나 고립무원의 섬이었다.

 

오죽하면 큰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 원장 수녀님도 졸업식날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신다.

"이제는 다 나아서 깨끗해졌지만, 전에 무척 심할 땐 아이들을 하나씩 돌아가며 안아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심지어 수녀인 나도 안으려고 하니 몸이 멈칫거리게 되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꼭 안아 주었다. 이제 이렇게 다 나았으니 정말 다행이다."

수녀님조차도 머뭇거리게 하는 아토피안의 외모. 악의적으로 놀려대는 아이들은 '괴물'이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진물과 각질, 피딱지에 뒤덮여 있으니 아이들이 더럽다며 가까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매일 목욕한다. 어떤 땐 하루에 두 번도 한다. 너희들보다 훨씬 깨끗해!"라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그게 먹힐 리는 없겠지만 그래두 우리 아이가 주눅들거나 기죽지 않고 살아가길 바랐다.

 

우리 아이들은 불행 중 다행으로 얼굴만은 심하지 않은 편이었지만, 얼굴이 특히 심한 아토피안들은 심리적 고통이 더하다.

특히 청소년이나 성인 아토피안의 경우 대인관계, 교우관계 등의 문제가 우울증이나 사회공포증 증으로 굳어져 학습, 취업에도 장벽에 부딪히고 본의 아니게 집안에 자신을 가두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아토피는 암처럼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아토피 때문에 자살을 한 사람도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 그 사람을 죽게 한 것이 육체적인 고통 뿐이었을까,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끊임없는 장벽과의 싸움으로 마음의 병을 얻어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아토피가 없는 사람들은 아토피 환자와 마주쳤을 때 되도록이면 못 본 듯이 지나치는 게 도와주는 길이다.

빤히 쳐다보는 시선들이 하나하나 꽂히면 아토피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큰 상처를 주게 된다.

 

가까이서 자주 접하는 사람이 아토피라면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대수롭지 않게 대해 줬으면 좋겠다.

친구가 거리낌없이 잡아주는 손길이 아토피 환자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런데 측은한 마음에 와서 한 마디씩 위로해주기도 하고 뭐가 좋다더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진심이 담긴 위로는 감사하지만, 이거 좋다 저거 좋다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오히려 그게 보호자에게는 더 큰 스트레스나 혼란을 줄 수도 있다.

가끔은 소위 아토피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명함을 내밀며 이런저런 것들을 사라고 광고를 하기도 한다.

 

아토피 가족들에게 조언이나 권유를 할 때는, 어느 정도 이상의 신뢰관계가 있는 상태에서 비교적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얘기를 한다면 모를까 '카더라' 수준으로 던지고 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아토피가 생기고 나면 부모, 특히 엄마는 자책감에 시달린다.

부모의 유전적 요인 때문에 아이 아토피가 생긴 건 아닐까, 환경을 바꾼 탓에, 임신 때 음식조심을 안 한 탓에 이렇게 된 건 아닐까...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고 괴로워하는 건 아토피 치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오죽하면 고객님 중 한 분은 자신의 아토피를 아이에게 물려줘 이렇게 고통을 받게 하고 있다며 아이를 안고 아토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든다고까지 하신다.

 

하루종일 긁는 아이에게 긁지말라고 백번을 얘기해도 안 되니 화를 내거나 큰소리를 치기도 하고 심지어는 긁는다고 아이의 손을 때리기도 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숨어서 몰래 긁다가 엄마가 보면 혼날까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고...

"미안하다, 미안하다... 네 잘못이 아닌데... 내가 나쁜 엄마인가 봐..." 아이를 부둥켜 안고 눈물바다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가까운 사람들의 비난도 큰 상처가 된다.

흔히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모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네가 뭘 잘못해서, 너 때문에 아이가 아토피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은 먼 대중들의 시선보다 더 직접적으로 마음을 후벼판다.

 

내가 아이들 병원치료 받다 점점 더 악화되고 2차감염까지 와서 보조제를 중심으로 아이들 아토피를 잡아보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을 때, 가장 큰 난관은 조부모들의 비난이었다.

"네가 의사냐, 약사냐? 괜히 애들 잡지 말고 병원이나 가라."

몇 달 후 아이들이 깨끗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칭찬 일색이다.

아무리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해도 직접적인 보호자인 부모와는 한 발짝 떨어진 거리에 있는 분들이시다.

 

오히려 같은 처지에 처해 있는 아토피맘들과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교류를 하며 동병상련의 아픔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는 것은 외로운 아토피맘들에게 큰 힘이 된다.

주변에 아토피 환자가 없는 아토피맘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해도 이해받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공감하며 정신적 치유가 되기도 한다.

 

아토피맘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부'.

어렵겠지만 틈나는 대로 검색해 보고, 그냥 좋다더라가 아닌, 어떤 성분이 어떻게 작용을 해 어떤 원리로 좋아지는 것까지 파악이 되어야 확신이 생긴다.

외국의 논문이나 임상실험 자료 등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깊이까지 파고 또 파면서 생긴 확신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소위 '팔랑귀'는 아토피 치료의 적이다.

그게 어떤 방법이든 일단 확신을 가지고 정했으면 중간에 아이가 너무 악화되지 않는 이상 최소 몇 달 이상은 지속해 봐야 한다.

이거 좋다 해서 한 세트 사서 해보다가 금방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초조해 하며 한 달도 안 되어 누가 뭐가 좋더라 하면 다른 방법으로 또 바꾸고, 이러다 보면 돈은 돈대로 버리고 아이는 아이대로 고생하고 아토피 치료는 산으로 가게 된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게 되면 멀리 내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몇 달 후, 1년 후를 내다보며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아토피는 그날그날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할 수 있다.

일희일비 하지 말고 주변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어린 아이에게는 마음을 다스리라고 요구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부모가 먼저 마음을 다스리고 긍정적인 기운을 아이에게 불어넣으면 아이의 아토피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눈을 맞추고 말해 주라.

"네 아토피는 꼭 나을 거야. 엄마가 꼭 낫게 해 줄게.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아."

엄마의 눈빛에서 희망을 본 아이들은 확실히 결과에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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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용주 2019-08-20 15:58:33 0점 댓글 수정 댓글 삭제 스팸글 큰 위로 받고 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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